이제는 글로 소통하는 시대
비대면 사회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 없이 글로 소통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물론 메일을 주고 받으며 한 문장 한 문장 뜯어 고친다. 글이라는 게 그렇다. 직접 서로 마주 앉아 얘기를 주고 받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비대면 글쓰기는 한자 한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신경 쓰되, 글쓴이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글쓰기를 선행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모바일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UX 라이팅, 그 오묘한 세계로 인도한다. 당신도 UX 라이팅의 장인이 될 수 있다. 단, 포기만 하지 않으면 말이다.
어느 날, 집에서 은행사이트에 접속한 아내가 남편을 부른다.
“여보, 전담보가 뭐예요”
“어? 전담보? 글쎄, 전체담보인가? 한번 검색해 볼게.”
“(수초의 시간이 흐른 뒤) 전부 전담보라고만 나와 있는데… 이것 참.”
“여보, 찾았어요. ‘전체위험담보’래요.”
“굳이 이렇게 줄여 쓸 필요 있나.”
“용어가 너무 어려워요. 한둘도 아니고. 그런데 또 특이치는 또 뭐지?”
“여보, 그냥 찾아갑시다. 마스크 꼭 챙기고.”
A은행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은 어려운 전문용어에 숨이 턱 막혔다. 비대면 시대, 코로나19로 집에서 편하게 PC나 탭, 모바일로 자주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편이다. 하지만 원하는 서비스를 받고 싶을 때마다 한 번씩 용어는 물론 글이 어려워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검색하는 것도 번거롭다. 이럴 때마다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해야 하는데 대부분 제공자 중심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날도 더운데, 속도 터진다.
최근 이러한 사용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누구나 비대면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권의 개편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별 구분을 떠나 전문용어, 한자어, 외국어 번역투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은 물론 말하듯 자연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실제 얼굴의 표정처럼 글에도 느낌을 살리는 방법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정확하면서도 부드럽게 문장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말보다는 글로 고객과 소통하는 일이 늘면서 문장 하나하나에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는 사례도 많다. 우리가 카톡이나 페북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마지막에 마침표를 넣느냐, 물결표시(~)를 넣느냐에 따라 어투의 완곡함이 다르다.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하십시오’처럼 합쇼체를 쓸까? 아니면 ‘~해요, ~해주세요’처럼 해요체를 쓸까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당 서비스의 주 사용층에 따라 문장의 톤과 톤앤매너를 맞춰야 한다. 고객센터와 보안센터 등 서비스에 따라서도 문장 톤앤매너가 달라진다. UX 라이팅을 하기 전에 해당 서비스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은 모든 UX 라이팅의 목적은 고객 눈높이에 맞춘 쉽고 명확한 언어로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있다. 그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좀더 알기 쉽게 순화한다면 다음처럼 표현할 수 있다.
전담보 -> 전체위험담보대출
특이치 -> 비정상 거래가격
굳이 전문용어를 줄여서 사용하거나 한자어를 사용해 고객이 혼란을 느낀다면 그것은 수정해야 한다. 그럼 다른 사례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제공해 드립니다” or “받아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의 주체는 고객이다. 오래 전부터 관행적으로 써왔던 용어나 표현 등은 과감하게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바꿔야 한다. 특히 고객 중심의 표현으로 서술어를 써본다. 이것이 곧 친절한 안내 메시지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친절한 안내 메시지는 글에 화려한 미사여구를 넣어 치장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사항을 한 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글이다. 다음을 보자.
<표1> 고객 중심 표현(자료. 와이어링크 TX 콘텐츠그룹)
<표1>은 서비스 중심의 용어를 고객의 입장으로 수정했다. 제공을 하는 주체는 제공자 입장이며, 받을 수 있는 주체는 고객입니다. ‘제공해드립니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받아볼 수 있습니다’로 바꿔 고객에게 친절한 안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표2> 명확한 문장 표현(자료. 와이어링크 TX 콘텐츠그룹)
<표2>는 한자어 사용으로 내용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쉬운 우리말로 바꿨다. 익일(翌日)과 통지(通知), 내점(來店) 등은 한자어로서,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일, 안내, 지점 방문으로 순화했다.
<표3> 일관된 문장과 표현(자료. 와이어링크 TX 콘텐츠그룹)
<표3>은 유사한 용어가 다르게 적용되면 고객이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되도록 쉬운 우리말에 가까운 용어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라이플사이클과 생애주기가 혼용될 때 ‘생애주기’로, 현금과 현찰은 ‘현금’, 앱과 어플 등은 ‘앱’, 내려받기와 다운로드는 ‘내려받기’로 통일했다.
참고하셔서 정확하게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글을 작성하다보면 과도하게 이중 높임말을 사용할 때가 있다. ‘고객님께서도’라는 말 자체도 이중 높임이다. 고객이라는 자체가 영역이나 재화를 구매하는 개인 등을 높이는 단어다. 여기에 ‘님’자를 붙이고, 이것도 모자라 대상을 높이는 주격조사인 ‘~께서는’을 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래도록 서비스 업계에서 굳어졌기에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다. 다만, 높임말 ‘~시’를 반복해 사용하면 문장이 부자연스럽고 말을 늘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를 뺀다면 문장은 더욱 자연스럽고 읽기 편하게 탈바꿈한다.
<표4> 친근한 안내를 위해 ‘해요’체로 표현한 사례(자료. 와이어링크 TX 콘텐츠그룹)
‘입력하신’ ‘참고하셔서’에서도 충분히 높임말 ‘~시’를 사용했는데 뒤이어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시’가 반복되어 불편하다. 존댓말이 외려 부자연스럽다면 알맞게 톤을 낮춰야 한다. ‘~해요’체로 친절하고 공손한 느낌을 줘도 좋다. 특히 해요체는 비대면 사이트의 헤드카피나 서브카피 등 이벤트성 마케팅 홍보문구에 사용하면 친근하고 경쾌하는 느낌을 준다. 또한 주어가 사물인 경우 ‘커피가 나오셨습니다’ ‘인지(印紙)값은 500원이십니다’처럼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두 사례 모두 ‘커피가 나왔습니다’, ‘인지값은 500원입니다’처럼 써야 맞다.
다음 편에서는 ‘고객의 행동을 Next로 인도하기 위한 고민’과 함께 ‘일본어 투’와 ‘번역투’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와이어링크 TX 콘텐츠그룹은 사용성 높은 디지털 콘텐츠 문화를 선도하는 UX 라이팅 전문그룹이다. 국민은행, 신한카드, 삼성생명, 한화시스템 등 다수의 대기업 웹 콘텐츠를 새롭게 리뉴얼했다. 고객과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언택트 시대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글. 김관식 기자(seoulpol@wir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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