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마가 정말 '장마답게' 계속되고 있다. 땅에는 늘 물이 고여있고, 하늘엔 구름이 걸려있다. 아침마다 오늘은 비가 얼마나 오는지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원래 어떠한 채워지지 못한 유실감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내 인생에서 모든 것이 완벽하던 때는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시절 너무나 유복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던 인생은 아니었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자제당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아, 인생이 이렇게 행복한 거구나!"하고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회에 대해 알고 여기저기 때가 묻고 상처 입으면서(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겠지) 인생은 점점 고통으로 변질되어 인식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흐릿한 먼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당장의 편안함을 찾기도 한다.
습관처럼 넷플릭스를 이리저리 뒤적이다 끌리는 드라마를 발견했다. 주인공은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인생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가 그 이전과는 반대로 바뀌어버린 사람이었다. 인생을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어떻게 죽을수 있나를 매일 골몰하지만, 자신에게 남겨진 아내의 생전 동영상과 함께 키우던 개의 밥을 주기 위해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아마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지긋지긋한 부정의 말 때문에 절로 멀리할 것 같은데, 드라마 속 그가 하는 삶을 등졌지만 살아가게 되는 모습이 오히려 내게 위로가 되었다.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 리뷰를 잘 써놓은 곳이 있어서 링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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