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기록부

소심증

by 일상변주가 2019. 5. 5.
728x90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떤 주제가 좋을지 몰라 뭉툭한 내 머릿속 혼란함이 느껴진다. 나 자신과의 대화에서도 이렇게 갈팡질팡 소심함을 오늘도 문득 되새긴다.

어제는 같은 팀의 동료들과 벙개를 했다. 사실 동료라고 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울 만한 상태인 나(최고상사)인지라, 동료들은 나를 동료가 아닌 어려운 존재로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편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어울리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다 보면 겉으론 멀쩡한 듯 호기롭게 사람들과 마라톤을 달리는 척 머릿속엔 온통 '지치는데 그만두고 먼저 집에 가고 싶다' 하고 기력이 빠지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사실 같이 있는 사람들에겐 좀 미안한 일이라 가능하면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편하게 말하다 무심결에 그런 말을 꺼낸 적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안 좋아지거나 그때부터 서로 소심하게 눈치 보게 되는 현상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냥 쿨하게 벌떡 일어나면 되지, 왜 질척대냐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순간의 쿨함이 왜 되지가 않는 건지에 대한 주제의 토론이 내 머릿속 친구들과 아직 진행중이다.

그런 상태는 비단 직장동료들과 있을 때만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아직은 사람을 좋아해서 약속하고 만나고 싶다가도 곧 나타날 그 상태가 걱정되어 쉽게 약속을 잡지 못한다. 어릴 적에는 먼저 약속을 만들고 사람을 모으거나 어떤 그룹의 '일명 나서는 사람 역할'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반대로 되어버린 것 같다. 사람은 여전히 만나고는 싶지만, 약속을 먼저 잡지 않거나 그룹에서 나서는 역할을 하기가 두려워졌다. 나이가 들면 그저 소심해지기 마련인 건지, 돌아가서 어릴 적의 내 모습을 다시 본다면 정말 경외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은 좋다. 다만 짧고 굵게 봤으면 좋겠다.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고 난 후에 또 다른 술집으로 옮기고.. 그 순간이 바로 지구력이 딸리는 순간이고 다음번을 기약하기 힘들어진다. 앞으론 시간을 딱 정해놓고 만나면 어떨까 하여 제안을 해볼까 한다. 나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 막상 만나니 신이 나서 헤어지기 아쉬움에,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할까? 하는 질문을 먼저 하는 배신자가 아니기를 바란다.

'일상기록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혹, 터닝포인트?  (0) 2019.05.05
안티-집요함이 만든 현재  (0) 2019.05.05
두서없는 글  (0) 2019.05.05
일해서 행복하니?  (0) 2019.05.05
사회초년생 시절 이야기  (0) 201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