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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부/나를 이해하기

그림과 아이패드

by 일상변주가 202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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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걸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따라 그리는 게 즐거워서 연습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본질의 게으름 때문에 늘 끈기 있게 계속 줄곧-이라는 행태와는 많이 다른 길을 걸어왔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드문드문 쳤던 피아노도 마찬가지이다)

제일 처음 취직한 회사도 플래시 '애니메이터'였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살짝이라도 이뤄볼 수 있는 계기였다. 하지만 역시 그림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과는 달리 인체 구조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림을 그리는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업으로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략 2년 정도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을 하다가, '디자이너'라는 이름에 이끌려 업을 전향한 게 잘한 것 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가끔은 내가 어찌 되었든 꾸준히 애니메이터로 일을 했다면 지금은 그래도 그림을 곧잘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아니면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치여서 주눅 들어 살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뭐든 연습을 하지 않으면 금새 실력이 쇠퇴하는 순리에 맞춰, 지금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더 잘하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는 어떠한 그림이든 슥슥 그려댄다. 하지만 훈련하지 않은 손은 그 느낌을 가져오질 못한다.

아이패드를 선물 받았음에도, 프로 크리에이터를 유료구매 했음에도 내 손은 주로 위로, 옆으로 미는 역할만 하고 있다.

그림을 생각하면 항상 상예가 떠오르는데, 그 친구는 환생을 해서 이미 여러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만 같다.

할머니가 되면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자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그 소원을 함께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고, 다음 생에나 기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이패드를 팔아버리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지만 좀 더 연습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겠다.

 

아무렇게나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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