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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부

불혹, 터닝포인트?

by 일상변주가 2019. 5. 5.

 회사와 함께 나이가 들어버렸다. 함께 나이들었지만 다른 점이라면 대표는 아직도 '젊진않지만 경력많고 아직은 젊은' 대표지만 나는 경력많고 '나이들어 경력많고 연봉을 많이 잡아먹는 부류'로 취급되고 있었다. (연봉도 그닥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다름이 아닌 함께 15년동안 회사를 일구고 다사다난한 일을 함께 했던 대표였다. 그 회사에는 나 말고도 오랫동안 다니고있는 사람이 많았다. 10년을 가득 채운 사람에게 주는 포상금 100만원을 받아간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회사에 오래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표는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만큼 잘 해주는 사람 없으니 얘네가 오래 다니고 있는거 아니겠냐며 동창회나 지인모임에 나가면 그렇게 자랑을 하고 다녔다. 오래 다닌 사람들은 그만큼 대표와 끈끈한 무엇이 있다고 믿고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리가 서서히 끊어진 것은 워크샵을 가던 어느 좋은 날이었다.

대표가 운전하던 차에는 곧 마흔이 다 되어가는 꽉찬 30대들이 있었고 문득 차 안의 사람들을 보더니 기암을 하며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와~ 나이많은 애들만 여기에 다 탔니? 야..너네 마흔 넘어서 어디서 받아주겠니?"

그 말을 듣곤 마흔이 다 되어가는 꽉찬 30대들은 무슨 그런 말을 하냐며 농담처럼 야유하고 끝냈지만 그 말만은 그들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모양이다. 그 때의 워크샵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그들은 그 때의 대표의 말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어지게 된 도화선이 되었다고 한다.

후로도 그 말은 내게도 큰 부담이 되었다. '곧마흔'인 내게는 그 곳에 더 이상 적을 두고싶지 않음에도 쉽게 이직처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이직을 하고 싶었던 이유에는

1. 회사가 오래됨에 따라 관행을 계속 따르는 분위기가 지속되었고 그로 인하여 발전없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상태였다는 것

2. 오래된 사람들에게 대표가 간혹 '가..족'한테만 할 듯한 말과 행동을 했다는 것

3. 회사가 발전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서라고 몰아부친 것

4. 하는일에 비해서 돈을 많이 주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과 반대로 직원들은 많이 못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5. 재무팀이 없어 금전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따질 수 없었던 것

6. 일 잘하고 주변을 잘 돕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이 주어졌던 것

7. 야간 및 주말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었던 것

8. 회사의 룰을 대표가 기분에 따라 만들었다 없앴다 했던 것

9. 직원들에게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수정해야 할 문제에 대해 들어도 방관한 것

10. 팀끼리 뭉쳐서 연구하는 과정을 놀고 있는 모습으로 판단하여 뭉치지 못하게 한 것

11. 하겠다고 선언한 일을 실행하지 못하고 제자리를 빙빙 돌았던 점

등...

어느회사든 문제는 존재한다. 그 문제를 감수할 수 있는가/없는가의 조건과 일하기 좋은 직장의 조건이 몇가지나 있느냐가 다니게 되는 키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1boon에서 정리한 일하기 좋은 직장의 조건 5가지는 아래와 같다.

#유류한 면접 #커리어 발전 가능성 #피드백의 수용 #돈독한 팀워크 #활기찬 사무실

링크 : https://1boon.kakao.com/peoplenjob/goodcompany

일하기 좋은 직장의 5가지 징후

다시 돌아가서 갓 마흔이 넘은 지금 나의 시점에서는 이직한 회사가 위태해지는 조짐만 보여도 식은땀이 흐르는 듯하다. 100세 시대인지라 적어도 60대까지는 일을 해야만 하는데 우리나라는 우습게도 마흔이 넘어버리면 퇴직을 앞둔 사람마냥 취급해 버리는 분위기가 감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변화가 일어나야만 하는 시점인 듯하다. 앞서 언급한 나이많은 직장인이라는 인식과 예전과 다르게 떨어지는 체력과 외모가 큰 몫을 한다. 나만해도 그렇게 운동하라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옆에 계속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지내다 이제야 '이러다 체력 떨어져 아무것도 못하다 죽을수도 있겠는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나홀로 요가'를 작년 중순부터 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시간을 조금씩 더 늘리고 있다. 예전에는 티가 나지 않았는데, 요즘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요가를 한 날과 안 한 날의 컨디션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운동화를 하나 사야겠다. 아주 이쁘고 가격대가 좀 높은 것으로. [마녀체력]을 쓴 이영미작가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경구는 언제나 옳아요. 일단 본전 생각나게 비싸고 예쁜 옷이랑 운동화를 사세요. 책에 쓴 것처럼 사각 수영복도 한 벌 사시고, 자전거도 사시고. 그럼 돈 아까워서 일단 시작은 하게 돼요."

체력을 길러야 마흔이라는 격변기를 이겨낼 수 있을것이다. 누구나 내가 저 나이가 될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세상도 변해간다. 이제와 생각하면 세상의 시점은 참으로 불공평한것 같다.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고, 맞춰가면 애쓰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시점이 말이다. 나 혼자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난 나의 길을 걸어가면 돼'라고 생각하더라도 주변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세상이다보니 어김없이 '나이에 대한 한탄'이나 '나이가 많음으로 인한 부당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때마다 혼자서 아닌척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20대일때 [터닝포인트]에 관한 책을 봤었다.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제목만 기억이 난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위기가 닥칠때마다 터닝포인트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이고는 했다. 살면서 큰 위기라고 할만한 상황이 얼마나 있었을까. 잘 떠오르진 않지만 그때마다의 심정은 늘 위기일발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불꽃

40년을 살아오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자세히, 오래본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이 나이 마흔, 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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